궁금해요
이 학과(학부, 전공)가 무엇을 배우는지 쉽게 알려주세요.
박경석
사학과는 인류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연구하고 배우는 곳입니다. 역사는 기록을 바탕으로 인류의 과거를 연구하기 때문에 문자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됩니다. 따라서 사학과에서는 문자가 생긴 이후의 역사를 배웁니다. 대개 인류는 청동기 시대에 문자를 갖게 됩니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의 인류에 대해서도 연구하는데 그 시기를 선사 시대라고 하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고고학이라고 합니다. 고고학은 문자 기록이 아닌 유적과 유물을 바탕으로 연구합니다. 따라서 역사학과 고고학은 분명하게 구별됩니다.
궁금해요
어떤 분야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이 이 학과에 적합할까요?
박경석
역사학은 기본적으로 문자를 다루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문학을 하는 것이 좋고, 역사학은 논리적으로 따지기를 좋아하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역사학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주된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증거를 찾고 이것을 분석하고 결합해 범인을 잡아내는 형사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사학과에 어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 어떤 교과목을 선택하면 도움이 될까요?
박경석
당연히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과목이 있으니, 이런 교과목에 관심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역사학은 인문학 중에서도 정치, 경제, 법률과 같은 사회과학 과목과의 관계가 특별히 밀접하기 때문에 이런 교과목에도 관심이 있으면 좋을 듯합니다. 국어, 영어와 같이 언어 과목도 중요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원하는 청소년은 어떤 활동이나 준비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
박경석
폭넓게 독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년기는 지적 에너지가 왕성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몸이 지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책만 읽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요즈음은 다양한 미디어가 있으니까 이것저것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영화나 다큐멘터리,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여행 같은 것도 좋습니다. 어학에 관심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원하는 청소년이 읽으면 학교 전공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 있을까요?
박경석
너무나 많습니다. 꼭 역사학 관련 책을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역시 청소년기에는 고전에 관심을 가지면 좋습니다. 예컨대 ‘서울대 선정 권장도서 100선’ 목록에 고전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마천의 □사기□를 추천합니다. 마테오 리치의 □동방견문록□도 재미가 있습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꼭 읽어 보십시오.
궁금해요
이 학과에 입학하면 가장 중요한 공부는 어떤 내용인가요?
박경석
역사학은 우선 크게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로 나뉩니다. 한국사는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세계화 이후 인류 전체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 세계사를 알지 못하고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꼭 우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도, 지구촌의 중견 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세계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모두 중요하지만 역시 자국사인 한국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박경석
역사 공부를 하는 데는 역시 언어가 문제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문자를 다루기 때문에 글에 대해 타고난 친숙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외국 역사는 모두 외국어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어에 능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사라고 하더라도 근대 이전의 역사는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고, 동양사는 한자와 한문이 기본적인 문자입니다. 역시 문장의 이치(문리)를 깨우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가 가진 특징이나 장점은 무엇인가요?
박경석
역사학은 항상 현재를 염두에 두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굳이 완전히 지나간 일, 즉 역사적으로 개념화할 수 있는 일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그 이유는 그래야 비로소 그 일을 온전하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치학이나 경제학 같은 사회과학은 기본적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모델을 설정해 적용하는 사회과학 방법론으로는 인간의 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회과학은 인간 세상의 한 단면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사회는 그만큼 복잡하고 오묘합니다. 역사학은 그 오묘함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역사학은 그만큼 깊이가 있고, 깊이가 주는 감동이 있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졸업하면 어떤 분야(직업)에 많이 진출하나요?
박경석
우리 사회에는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사람, 나아가 역사학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도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일반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문학적 감수성을 겸비한다면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영화산업, 게임산업 등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교사, 공무원, 신문·방송·통신사, 출판사 등도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전문성을 높인다면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각지의 박물관 등 국가 공공기관의 연구원이 될 수 있고, 각종 연구소의 연구교수 및 대학교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궁금해요
앞으로 이 학과의 전망은 어떤가요?
박경석
특별히 좋거나 나쁠 것이 없습니다. 역사학은 가장 오래된 학문 분과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가 페르시아 전쟁에 관하여 들은 바를 기록하여 □Historia□를 펴낸 바 있고, 중국에는 아주 일찍부터 ‘사(史)’라는 관직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짐승과 구별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인문학(人文學)입니다. 인문학의 핵심 분야인 역사학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있을 수밖에 없고, 사회의 지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각계에서 인문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의 전공분야에서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새로 생기게 될 직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혹은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직업들이 있나요?
박경석
생산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의식주와 같이 사람들의 생존에 필요한 유형의 재화는 점차 더 적은 사람들이 일을 하더라도 충분히 생산해 낼 수 있게 됩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위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일에 종사할 것입니다. 그중에 핵심이 스토리텔링입니다. 앞으로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과 직업(스토리텔러)이 크게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역사는 무궁한 이야기의 원천입니다. 이 밖에도 근래 공공기관 및 각급 지방자치단체에 기록연구사(6급)나 기록연구관(5급 이상)을 두도록 법제화되었는데, 이 분야에도 역사학 전공자들이 진출하기 좋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편견이나 오해, 고정관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경석
역사학은 고루하다거나 옛날 것만 좋아한다는 편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역사학은 결코 ‘복고(復古)’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지난 일을 연구하고 배우는 까닭은 오늘날의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자기의 현재를 소개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 하는 말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대개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나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의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을 알아야 합니다. 역사는 미래를 기획하기 위해 배우는 것입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선택하면 인생에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될까요?
박경석
인문학 공부는 여러 학문 분야 가운데 역시 사람의 심성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역사학이 선사하는 깊이 있는 감동은 인생에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되곤 합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도 치러야 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망하는 청소년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박경석
흔히 말하지만 인생은 역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타고난 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태어나면서 아는 사람이 있고, 배우면 아는 사람이 있고, 힘들게 배워야 아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 알게 된다는 점에서 모두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느리더라도, 힘들더라도 그냥 계속해서 꾸준히 하면 결국 멋진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