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회학 전공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지금 돌이켜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때 당시로 온전히 돌아가서 이 전공에 발을 디딘 정확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쉽지 않지요. 굳이 사회학 전공을 선택했던 이유를 말씀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내 자신이 사회 안에서 특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내가 겪고 있는 아주 작은 사소한 문제라도 그것은 나를 넘어서는 거대한 사회 구조의 힘에 의해서 생긴 것임을 깨닫는 과정이 있었지요. 그리고 내가 변하듯이 사회도 영원히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 없이 인간의 의지와 계획에 의해서 변화 가능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성찰의 계기들이 제가 사회학 전공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회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회학과를 선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학 전공을 선택하기 전보다 선택한 후에 사회학의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학 전공을 선택하면 바람직할까를 생각해보면, 일단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냉철한 지식과 판단을 가진 사람이 이 전공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삶의 영역들을 개선하기 위해 배운 지식들을 체계화하고, 내가 처해 있는 사회적 현실에 어떤 실천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학 전공을 선택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배워야 할 내용은 다양한 사회 현상들을 사회 전체 모습 속에서 심층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보고, 읽고, 해석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습득해야 합니다. 이 방법은 여러가지로 구성됩니다.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을 비롯해서 좀 더 실증적이고 계량적인 접근도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보는 역사적인 모색, 우리 사회와 다른 사회를 비교할 수 있는 문화적인 비교, 우리가 나날이 체험하고 있는 일상 생활에 관한 세밀한 분석, 더 나아가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어떤 정책의 수립까지도 탐구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들이 사회학을 공부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학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어떤 특정 부분들을 선호하고 집중적으로 익히는 것보다 여러 분야를 폭넓게 배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분야, 과목을 두루두루 배워야 하는 이유는 사회학이라고 하는 학문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회학은 모든 학문 영역과 깊은 연계성을 맺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학은 사회학 이외의 영역에 대한 깊은 지식을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교과목을 충실히 배우려는 태도가 중요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한 영역을 꼽으라면,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목은 언어 영역과 일반사회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회학이 다른 학문과 비교해서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장점은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입니다. 역사 사회학, 문학 사회학, 예술 사회학, 법 사회학, 정치 사회학, 경제 사회학 등 사회의 모든 분야와 영역이 사회학의 관심거리이자 탐구 영역입니다. 이는 곧 사회학이 타 학문과 날카롭게 구분되는 독자적인 학문 분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과와의 융합이 무척 용이한 학문임을 말해줍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학은 협소한 지식만을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현실에 실천적으로 응용되고 개입할 수 있는 성격을 지녔음을 뜻하기도 하지요. 바로 이 점이 사회학 전공이 가지는 장점일 것입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타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동일합니다. 어떤 전공을 선택했든지, 학생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자신의 독단적인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일입니다. 내가 내 주변을 인식하고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내가 타인과 어울려 형성한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이 요구되는지 알고자 한다면, 우선 나 자신부터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감정, 나만의 판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많은 성찰적인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독단적인 자아를 넘어서 성찰적인 자아로 나아가는 과정이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닥치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일은 비단 사회학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모든 학문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이지요.

사회학 분야가 워낙 광범위해서 진출분야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정부 각 부처나 국책 연구소, 민간 연구소의 통계 조사와 사회 조사 인력 부분에 졸업생들이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 기관의 정책 수립과 그 실행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담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조직관리 인력, 금융과 언론 분야에서도 많은 졸업생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시민사회 영역 분야, 즉 사회계층, 노동, 인구, 성소수자, 의료환경과 같은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에서 복잡한 사회문제를 좀 균형 잡힌 비판적인 시각으로 탐색하고 해결하려는 졸업생들도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사회학적 사고가 가지는 독특한 장점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사회 현상들 사이의 숨은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오늘날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역시 그런 환경 속에 깊이 들어가 있습니다. 정보, 지식, 산업, 교육 등 다양한 사회영역들이 맺는 관계를 파악하는 사회학은 경제, 도시, 법, 예술, 문화, 과학, 환경, 의료, 노인, 범죄, 복지 등 여러 다차원적인 문제들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학은 다차원적인 관점을 제공해주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복잡해지는 사회 현상 앞에서 사회학은 사회정책 수립을 비롯 심층적인 이론과 실천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사회학 전공과 관련해서 앞으로 새로 생기게 될 직업은 사회가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분명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그만큼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이 있을 것이고, 또한 그만큼 다양한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 생기게 될 직업은 바로 이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보화, 지식기반사회라는 측면에서 분명 정보 통신 기술에 기반을 둔 다양한 직종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다문화 사회와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직종들도 생겨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 이미 새로 생겨난 직업들 속에서도 사회학이 다루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앱 창작 분야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과학기술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과의 상호 작용과 네트워크에 관한 사회학적인 이론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휘하기 힘든 직종입니다. 그런 직종이야말로 사회학적인 상상력이 상당히 요구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회학 전공을 하려는 학생들이 사회학에 관한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는, 문학, 예술, 역사, 철학 등과 같은 다양한 인문학적 교양을 배우고, 거기에서 요구되는 풍부한 독서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왔던 특수한 환경을 뛰어 넘는 포괄적인 관점들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 관점들을 갖는 것은 내가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딸이며 어느 지역 출신인가의 문제를 넘어서, 왜 나 자신이 나를 넘어선 사회라는 하나의 전체 속에서 존재하는가를 깊게 성찰하는 일과 맞물려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내가 왜 독단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항상 타인과 더불어 상호 작용하고 타인과 더불어 공유되는 가치나 감정을 토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성찰도 내포합니다. 사회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이런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