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이 학과(학부, 전공)가 무엇을 배우는지 쉽게 알려주세요.
김주완
대기과학과에서는 대기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장마, 폭염과 같이 우리 일상에 영향을 주는 날씨나 대기의 미세 먼지 문제, 그리고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 문제들이 좋은 예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수치 모델을 이용한 예측이나 인공위성을 이용한 최첨단 관측도 대기과학의 중요 분야여서 대학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대기과학과에 온다고 해서 이러한 것들을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궁금해요
어떤 분야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이 이 학과에 적합할까요?
김주완
기본적으로 대기과학도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그 원리를 파악하는 분야이니까 자연과학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은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면 자료를 정리하고 원인과 결과를 찾아내는 일이 많으니까 이러한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합할 듯합니다. 요즘은 관측된 현상을 모두 수치화된 데이터로 저장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수학, 프로그래밍과 같은 분야를 잘하는 사람들이 유리하고, 최근에는 미세 먼지나 오염 문제도 중요해서 화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도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 어떤 교과목을 선택하면 도움이 될까요?
김주완
우선 숫자로 된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수학을 잘하면 큰 도움이 되고, 대기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물리학 지식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특히 수학 과목 중 미적분학, 확률과 통계는 대기과학 분야에서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미리 준비해 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에 들어오면 다시 배울 기회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대학 수준의 대기과학은 물리학에 더 가까워서 지구과학보다 물리학을 잘하면 더 도움이 됩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은 대기과학을 소개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원하는 청소년은 어떤 활동이나 준비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
김주완
대기과학과 관련된 지식은 대학에 오면 다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활동을 콕 집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논리적으로 사고를 돕는 활동이나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경력을 쌓거나 지식을 외우는 활동보다는 인과 관계를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대학에서 대기과학을 공부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꼭 대기과학과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 코딩 실습을 많이 하는데, 코딩 지식 그 자체를 배우는 것보다는 코딩을 이용해서 원하는 기능을 만들어 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원하는 청소년이 읽으면 학교 전공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 있을까요?
김주완
음, 위에서 전공 지식을 미리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해 놓고 이 질문을 받으니 조금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CHAOS)』라는 책을 읽고 대기과학과에 오기는 했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 중에는 하호경・김백민의 『극지 과학자가 들려주는 기후 변화 이야기』라는 내용도 재미있고, 좀 더 전문적인 책을 좋아하면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가 대기과학에서 쓰는 대학 수준의 물리학 개념들을 잘 알려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에게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가벼운 내용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문제를 강조한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과 조천호의 『파란 하늘 빨간 지구』라는 책도 우리가 처한 대기과학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 입학하면 가장 중요한 공부는 어떤 내용인가요?
김주완
대기과학은 자연과학 중에서도 응용과학이다 보니까 다루는 내용이 다양하여 특별히 중요한 것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중요한 공부나 과목은 학생의 관심사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도 굳이 선택을 하자면 이 학과에서는 대기의 운동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게 해 주는 ‘대기 역학’이라는 과목과, 대기 현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대기 관측’, 그리고 여러 가지 자료를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대기과학 프로그래밍’, ‘대기 자료 분석’ 과목들을 중요한 기초 과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김주완
학생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처음에 수학, 물리학, 프로그래밍 과목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지구과학은 단순히 외우고 그림 설명하는 수준이어서 복잡한 부분이 없었는데, 대학에 와서 보니 생각보다 이해해야 할 게 많고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교과 과정상 많은 학생들이 구름 관측이나 날씨 분석 정도를 대기과학의 전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대기과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학, 물리학 지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방황하지 않도록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가 가진 특징이나 장점은 무엇인가요?
김주완
대기과학과는 서울을 포함해서 전국에 몇 개 없는 특이한 전공입니다. 다른 대학에 유사한 학과들이 있지만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대기과학 전반에 걸친 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대기과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와서 대기과학과 관련된 과목을 다양하게 들어 보고 좋아하는 세부 분야를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기 관측, 예보 실습, 대기 과학 프로그래밍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들은 대기과학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졸업하면 어떤 분야(직업)에 많이 진출하나요?
김주완
과거에는 기상청 공무원이 되거나 기상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조금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 극지연구소, APEC기후센터, 국립환경과학원과 같은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종사하거나 운항관리사로 항공사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고, 공군 기상 장교의 길을 걷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각 지역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도 미세 먼지나 기후 변화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공자들을 찾고 있습니다. 일부는 대학원으로 진학해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진행하고 대학이나 해외 연구소로 취업하기도 한답니다.
궁금해요
앞으로 이 학과의 전망은 어떤가요?
김주완
대기과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이고 전망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세 먼지,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 환경 문제나 폭염, 호우 등의 기상 재해 문제들이 점차 심각해지는 추세여서 이러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우리의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더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의 전공분야에서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새로 생기게 될 직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혹은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직업들이 있나요?
김주완
과거에는 대기과학 지식을 날씨 예보나 기후 환경 감시와 같은 1차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기상이나 기후가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여름이 얼마나 더울지를 안다면 아이스크림이나 에어컨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손쉽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정보는 식량이나 수자원, 에너지를 관리하는 데도 활용되고, 심지어는 국방 예산을 아끼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맞춤형 기상 정보들을 생산하고 제공하는 기업들이 외국에는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이러한 산업 분야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편견이나 오해, 고정관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주완
대기과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내일 날씨 어때?”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날씨예보도 대기과학의 중요한 분야지만 대기과학과에서는 다양한 대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있고, 내용도 태풍, 저기압, 대기파동과, 대기대순환, 기후변동성, 미세먼지, 오염 확산, 도시화 열섬, 대기복사, 위성기상, 구름생성과정, 수문기상, 수치모델링, 해양기상, 지구시스템 상호작용과 같은 훨씬 넓은 분야를 다룬답니다.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도 대기과학이 다루는 분야를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해보시면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를 선택하면 인생에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될까요?
김주완
연구실의 학생들한테 농담처럼 “대기과학을 공부하면 돈을 아주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날씨, 환경, 기후와 같은 대기과학 정보는 공익성이 높아서 국가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돈을 벌기는 어려운 점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수요가 높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대기과학 자체나 대기과학 지식을 활용한 일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고민 없이 선택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열심히는 해야겠죠?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망하는 청소년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김주완
가끔 막연한 상상이나 학교에서 배운 지구과학 지식만을 기반으로 대기과학을 선택하고 고민하는 학생들과 상담을 하는데,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대학 입시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지는 않겠지만 틈틈이 정보를 모아서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대학 홈페이지에도 정보가 많이 있어서 학과 활동이나 배우는 내용들을 조금만 조사해 보면 대학 진학 후에 적성이 맞지 않아서 고민하는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하기 전에도 맛집이나 유명한 곳을 조사하잖아요? 대학생활이라는 여행도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