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수님께서 이 학과(전공)를 선택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김병수
저는 어렸을 적에 몸이 좋지 않아서 자주 앓았었습니다. 그 때마다 양방적 치료를 받았지만 신통치가 않아서 동양 의학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 학과의 특성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인체의 질병을 무형의 에너지 ‘기’를 통해서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현대 과학으로 해결이 안 됐던 부분에 좌절을 많이 느낀 상황에서 대안으로 한의학과를 ‘가겠다!’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궁금해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학과에 입학을 하면 좋은가요?
김병수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야죠.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 하며, 그 다음에는 생명이 작동되는 형식과 기전 즉, 생명 현상에 대해서 좀 더 호기심이 있는 사람 정도면 누구라도 본 학과에 많은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서 입학하면 가장 중요한 공부는 어떤 내용인가요?
김병수
우선적으로 우리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기 때문에 생명 자체에 대한 인식이 가장 필요하겠죠. 그래서 생명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느냐 또한 그 생명이 어떻게 운행을 하느냐 등을 탐구합니다. 물론 본 학과 경우 생명은 당연히 ‘인간’이겠죠. 인간이 어떻게 구조화 되어 있고 운영되는지를 공부하고 그것이 잘못됐을 때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한의학에서는 침이나 한약(약초로 본초라고 하는 초근목피를 말함) 등 자연에서 나오는 식물과 그리고 간단한 침 위주로 장부와 경락을 조정하여 치료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중고등학교 때 특히 어떤 교과목을 공부하면 좋을까요?
김병수
공부는 자연 과학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으면 유리할 것 같습니다. 또한, 한의학이 동양 철학이나 한문(한자)과도 관련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문이라든지 철학 등의 교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우리 학과 들어와서 학업을 수행하기가 용이할 것입니다.
궁금해요
그러면 특별히 어떤 교과목을 찍어 이러한 교과목을 잘 하는 학생들이 진학을 할 수 있다라고 하신다면요?
김병수
특별한 교과목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봐요. 제가 속한 대학은 ‘이과생’뿐만 아니라 ‘문과생’도 선발을 합니다. 다만 생물학, 철학, 한문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기본적으로 생물학을 하면 인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철학 및 역사를 통해 동양 철학을 배우며 한문에 아주 싫증만 안 낸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특히 생물학은 어느 정도 숙지하는 것이 좋지요. 한의학이라고 하지만 한방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 의학도 다 배우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공부를 하시는 것이 좋죠.
궁금해요
이 학과의 장점을 말씀해 주세요.
김병수
의료인으로서 아픈 사람을 건강하게 해 준다는 것이 첫 번째 장점이고 그 다음은 동양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학을 통해서 생명을 좀 더 온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궁금해요
학과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김병수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 들어오면 처음에 한자와 한문이 생소해서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의학과 서양 의학을 동시에 배우는데, 중간에서 상호 완벽한 학문적 소통이 어려워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에서 다르게 설명하는 지점들이 많고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가 많은 한의학도들의 고민입니다.
궁금해요
학과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업분야는 어느 곳인가요?
김병수
대부분은 한의원 원장이죠. 과거에는 개업의로 거의 90% 정도가 한의원 개업을 했는데 최근에는 개업보다는 병원 수련의, 연구분야, 화장품, 대기업 등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행시 등 공무원 쪽으로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취업 및 개업 등 진료분야로 팔할 정도 진출을 하고 나머지는 타 분야에 대해서 새로운 길을 많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그러면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 새로운 직업 분야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업 분야는 어디인가요?
김병수
의료기관 개설로 가장 많이 진출하고 그 다음에 병원의 수련의(인턴, 레지던트)를 통해 진료교수로 많이 진출하며, 일부는 학교 기초연구를 통해 연구자 및 교육자(교수)의 길을 걷게 됩니다. 최근에는 화장품 회사 등 대기업에서 한의사를 원해서 연구 및 기획 분야로 새롭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학과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하다고 보십니까?
김병수
기본적으로 아픈 사람은 항상 있으니까 일차적 한의학 수요는 항상 있을 것입니다. 기존 서양 의학에서 해결이 안 되는 질환의 경우에 한의학계에 많이 의뢰를 하기 때문에 분명히 이 학문은 존재 가치가 있고 계속 지속될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든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난치병이 점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궁금해요
한의학을 대체의학이라고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병수
이 질문은 개념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대체의학’은 서양에서 기존 의학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을 치료하는 나머지 모든 잡동사니 의학을 합쳐서 만들었어요. 즉 계통적 질서가 없이 서양의학이 아닌 것을 한곳에 모아놓은 것 이예요. 반면 ‘한의학’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 일본, 중국에서 2천년 정도의 전통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내려온 학문적 체계에요. 따라서 이렇게 학문적 체계와 완성도가 높은 한의학이 곧 대체의학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대체의학 쪽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의학을 대체의학의 큰 파트로 보고 있으나 한의학은 동양에서 쭉 내려오는 학문 체계 - 대표적인 것이 경락체계 같은 경우거든요 -를 이용한 완성된 의학으로 봅니다.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에는 한의학을 이용해서 내과, 외과 모두 이것으로 치유를 했어요. 감기든 수술이든. 그래서 한의학은 대체의학하고는 포함 관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의학하고는 구분이 됩니다.
궁금해요
한의예과 하면 한약재를 위주로 하는 곳도 있고 침을 위주로도 하죠. 그러면 학생들이 공부를 할 때 분야가 다른지 아니면.
김병수
아닙니다. 둘 다 배워야 합니다. 한의사는 일단 침과 약 두 개는 기본으로 배워야 됩니다. 침도 놓고 약도 쓰고 두 가지 모두를 해야만이 한의사의 기본적인 길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침을 더 선호하는 한의사도 있고 약을 더 선호하는 한의사도 있어요. 그래도 침과 약 두 개의 무기는 다 들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입니다. 한의학은 ‘귀’질환을 본다고 ‘귀’만 알아도 되는 학문이 아닙니다. 따라서 동양의학의 전반적 소양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궁금해요
6년 졸업 동안 전공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거죠?
김병수
그렇죠. 그래야 논리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감기다 그러면 감기를 해결하는 ‘침’을 놓고 감기’약’을 처방해야 합니다. 즉 공통의 치료 방향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침하고 약이 따로 가면 안 됩니다. 하나로 가야 됩니다. 그러므로 졸업 때까지 전공구분은 없습니다. 참고적으로 양방도 학부 졸업 후 인턴까지 전공 구분 없다가 레지던트부터 전공이 나누어지지요.
궁금해요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새로 생기게 될 직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혹은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직업들이 있습니까?
김병수
이 질문을 받고 고민스러웠는데요. 의료계는 사실 새로운 직업 분야가 많이 발생을 안 해요. 굳이 새로운 직업 분야라면 의료인을 도와주는 보조 직업들이 발생을 하거든요. 의사 밑에 간호사라든지 물리치료사가 있듯이 한방 간호학이라든지 한방 물리치료학 같은 것을 최근에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서양 의학계 등의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진전이 느린 편입니다. 즉, 의료인을 보조할 수 있는 직업군이 나올 수 있으며, 이외에는 지금은 없지만 새로 생길 수 있는 직업은 한의 시스템을 타 분야에 접목하는 직업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동양에서 계속 내려오던 생명체를 보는 시스템이었거든요. 수의학에서 사실 요즘 침을 놔요. 수의사들이 강아지한테 침을 놓는데 한의학에서 쓰던 시스템을 수의학과에서 접목을 한 케이스거든요. 이와 같이 한의학과 수의학의 접목이 있을 수 있고요. 또는 동양철학에서도 동양철학이 형이상학적인데, 이 이론을 형이하학적으로 구체적 시현을 해 볼 수 있는 것이 한의학 밖에 없어요. 그래서 동양 철학에서도 한의학과의 융합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한의학과 수의학, 또는 한의학과 철학 등의 어떤 만남으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이것은 현재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지금 당장 새로운 직업이 나왔느냐 묻는다면 아직은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의료 분야에서는 새로운 직업이 나오는 것은 법적인 것, 정치적인 것들이 엮어 있어서 IT 분야처럼 다양하게 새로운 직업 분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향후 한의학의 이론 등을 갖고 여러 가지 창조적으로 융합을 한 학문 체계들이 나오겠죠.
궁금해요
이 학과를 전공하려는 학생이 진학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병수
기본적으로는 생명 자체를 온전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람의 불편한 부분을 온전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기본적인 소양이 제일 중요합니다. 즉, 생명에 대한 사랑이겠죠. 학문적으로는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생물학 등 인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요. 이상 세 가지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대학 진학 전에 미리 준비할 것이 뭐냐 그러면 일단 아픈 사람 고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지요. 사명감 같은 것이 필요하지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양방에서 안 되는 것을 한방에서 어떻게 하는지 여부를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당연히 논어, 맹자 등 동양 고전을 보게 되고, 고대인들은 사람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살펴보다 보면, 몸만 이해했나, 마음도 같이 이해했나, 몸과 마음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을 탐구하게 됩니다. 한의학은 몸과 마음이 하나로 합쳐있다고 보는 관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마음 병인데 잘 해결이 안되면 몸을 치료해요. 반대로 몸 병인데 잘 해결이 안되면 마음을 치료하고요. 그래서 생명에 대한 이해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 욕구만 있으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필요에 의해서 공부하게 되는 거지요.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망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김병수
우리 학과의 매력이 뭔가 생각을 해 보면, 우선 제 동료들은 다 한의사들 아니겠습니까? 동료들에게 “한의학이 너는 왜 좋니? 여기 왜 왔니?”라고 가끔 물어봅니다. 한의사들은 한의학의 현실이 현재 서양의학에 비해 비주류에 속하고 수익도 서양 의료인에 비해서 떨어질 수 있지만 다른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학의 전공들이 직업으로서의 수단으로 - 돈벌이의 수단으로 - 학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상당히 많은 한의사들은 한의학을 직업뿐이 아니고 자기 삶의 어떤 방향과 일치를 시켜요. 동양철학에서 사람을 보는 관점을 내 삶의 가치와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삶의 가치기준하고 내 직업의 가치 기준이 거의 동일선 상에 있어 한의학을 단순히 수단이 아닌 삶의 가치 기준으로 삼고 인생을 사는 동료들이 제법 많습니다. 삶의 의미와 직업의 가치를 동일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 학과는 상당히 매력적인 학과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직업을 수단으로 쓰지 직업을 삶의 어떤 가치와 동일시 하는 직종은 많지 않거든요. 우리 학과는 인생을 이해하면서 생활하기에 상당히 괜찮은 학과입니다. 의료인으로서의 가치도 괜찮고요. 서양의학은 치과는 ‘이’만 보고 이비인후과는 ‘코’, ‘귀’ 등만 보잖아요. 그래서 환자가 응급으로 고열일 때 자기 전공분야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모른다고 빠져 버리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왜 아픈지 전체적으로 찾아 들어가요. 귀가 아픈데 이게 왜 그러지? 그러면 ‘아! 이게 홧병 때문에 귀로 왔구나 홧병만 없애주면 귀가 해결이 되네’ 하고 귀가 아닌 다른 부분을 치료해서 귓병이 낫게 됩니다. 그런 경험을 맛 보면 짜릿하죠. 어깨 아프다고 했는데 다리에 침 두 방만 놓으면 바로 어깨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그러면 이게 진짜 뭐가 있나 보다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국소적인 것 보다는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동양 의학에서는 계속 추구합니다. 이에 따른 높은 치료율이 있어서 이렇게 학문으로 남아 있는 것이고요. 때문에 학생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수단이 아니고 목적으로서 한의학을 할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네요.
궁금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