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수님께서 이 학과(전공)를 선택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박원광
고등학교 2학년 때 모의고사를 한 달에 한번씩 보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모의고사 보는 란에 가고자 하는 학교와 과를 선택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무슨 과를 가야 되나를 생각하다 보니 제가 수학은 친구들보다 조금 더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수학과를 가려고 마음을 먹었죠. 거기에 아버지가 교사이셔서 수학교사가 되는 것이 어떨까 싶어서 수학교육과를 처음에 지원을 했죠. 이유는 아주 단순했어요.
궁금해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학과에 입학을 하면 좋은가요?
박원광
처음에는 단순히 계산 이런 것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수학과 와서 보니까 자연현상을 이해하려고 만들어진 학문이더라고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며 만물의 이치가 어떤 것인지요. 물리나 화학 분야들도 같은 것을 연구하지만 수학은 좀 다른 식으로 접근하더라고요. 추상적으로요. 수학이라는 것이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특정한 분야라고 딱히 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떤 분야를 진출하든 간에 수학적 지식이 있으면 뭐랄까 밥을 먹는데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처럼 여기면 될 것 같아요. 그 중에 특정한 분야라고 한다면 요즘 들어서는 금융이나 보험과 같은 분야가 수학적 지식이 많이 요구가 되고, IT 업계 쪽에서도 알고리즘 분석 및 통계처리 등의 분야도 있고요. 물론 물리나 공학 쪽에서도 수학적 지식이 많이 요구되고, 의학도 수학적 지식이 요구가 돼요. 정보 보안 분야도 수학적 지식이 많이 요구되고요.
궁금해요
이 학과에서 입학하면 가장 중요한 공부는 어떤 내용인가요?
박원광
일단은 다른 과목은 시대가 변하면서 바뀌거든요. 그런데 수학은 먼 고대부터 고정되어 있어요. 수학과에 입학해서 맨 처음에 할 것은 미분적분학이라고 해서 일단 이 과목을 잘 이수를 하셔야 돼요. 이것을 못하면 나중에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미분적분학을 1학년 때 기초를 잘 다져 놓으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다른 과목을 금방 배워요. 제가 볼 때는 가장 기본이 되는 미분적분학이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을 치자면 집합론하고 논리학인데, 아무래도 수학이 엄밀한 논리 체계 위에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분야를 잘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궁금해요
이 학과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중고등학교 때 특히 어떤 교과목을 공부하면 좋을까요?
박원광
물리나 화학은 눈으로 보이잖아요. 공학이나 의학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수학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다루고 굉장히 추상적인 학문이에요. 실제로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것을 다루기 때문에 딱히 뭘 잘 해야 된다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한 소질이나 적성 보다는 사고의 유연성이 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책도 많이 읽어서 논리적인 사고도 갖추고,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공간 지각력이 생겼으면 좋겠고, 또 미술 같은 것을 하면 상상화도 하고 그러잖아요. 추상적인 사고를 하려면 상상화 같은 것도 도움이 되고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일단 수학하고 물리는 잘 했으면 좋겠고, 또 음악이 감성하고도 연관이 있어요. 기분에 따라서 잘 될 때도 있고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있거든요. 미술도 그렇고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의학은 안 배우지만 의학 같은 것도 알면 좋고, 또 한다면은 체육 같은 것이요.
궁금해요
다 잘 해야 되는 거네요?
박원광
다 잘 해야 된다기 보다 관심만 있으면 돼요. 저도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학과 정규 과목에 무조건 체육이 있더군요. 체육은 무조건 이수해야 돼요. 운동을 해야지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서 뭘 하든 잘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잘해야 된다는 것보다는 관심 있게 ‘아, 이런 것이 있구나’ 하는 흥미만 있으면 돼요. 나중에 대학에 진학해서 더 깊은 것을 공부 할 때 흥미가 생기면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흥미 없이 기계적으로만 계산을 했거나 이러면 나중에 못 쫓아가요. 자기가 뭘 하는지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궁금해요
이 학과의 장점을 말씀해 주세요.
박원광
수학과의 장점은 수학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문에 기본이 되는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패러다임도 변하고 그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바뀌는데 수학을 잘 익혔으면 어느 분야를 가던지 그러한 변화에 굉장히 빨리 대처하더라고요.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잘 갖춰져서 원활하게 잘 적응해요. 제가 볼 때는 그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기본이 되는 학문이 되기 때문에 무슨 분야를 진출하더라도 적응을 금방 할 수 있고 빨리 익힐 수 있어요. 실례로 제가 아는 다른 전공 교수님께서 대학원 진학할 때 제발 수학을 공부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수학과 졸업해서 다른 분야를 진출하더라도 적응을 빨리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궁금해요
학과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박원광
일단은 교재가 어렵기도 하고 또 이유를 찾아보려면 중고등학교 수학을 되짚어 봐야 돼요. 중고등학교 때는 일단 대학을 가기 위해서 수능시험을 봐야 되는데 이게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느냐가 관건이거든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거기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문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이런 것은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그런데 대학이나 대학원을 진학하면 완전히 뒤바뀌거든요. 계산은 못해도 되는데 이것이 가지고 있는 철학, 원리 이런 것을 터득해야지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의 체질이 중간에 바뀌는 것이 되게 힘들잖아요. 그래서 학생들도 처음에 힘들어 하더라고요. 수학 계산만 잘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계산보다는 이것이 어떻게 생겨 났으며, 어떤 원리로 어떻게 움직이며 변화해 왔는지 그런 것들을 이해해야 되니까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단계만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죠. 그게 제일 다른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육이 차이가 너무 심해서요.
궁금해요
학과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업분야는 어느 곳인가요?
박원광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시대가 변하면서 분야도 많이 달라졌는데, 제가 경험하기로는 2000년에 졸업할 때 당시에 외환위기 사태가 생겨서 중등고교 선생님들이 명예퇴직도 많이 하는 바람에 임용고시 합격률이 높았어요. 제가 또 사범대 출신이어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가 되거나 교육대학원을 갔어요. 그런데 요즘은 임용고시 합격률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지원자는 많은데 뽑는 선생님 수는 적어지고. 그래서 요새는 임용고시 준비하겠다는 학생은 몇 명 없고 대신 많이 관심을 갖는 분야가 금융이에요. 펀드매니저라든가 보험, 은행, 파생 상품 이런 분야, 회계사로도 많이 나가고, 통계 분야가 수학하고 밀접한데 약간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그래서 통계 쪽도 많이 진출하고요. 이렇게 금융쪽으로 진출하는 학생도 상당히 많이 있고 그리고 또 하나는 IT 산업이 커졌거든요. 그래서 수학과 학생들이 IT 쪽으로 많이 진출하게 됐어요. 요즘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커져서 스마트폰과 관련된 IT업종, 통신이라든지 아니면 전자 쪽도 나가고, 얼마 전 해킹 문제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정보 보안이나 암호학 그쪽으로도 많이 진출하고요. 그리고 물론 교수가 되겠다고 유학 가는 학생들도 많고 일반 대학원 진학하는 학생들도 꽤 있고요. 그냥 일반 기업체로 진출한 학생도 있는데 그 학생은 따로 준비를 열심히 하고요. 요즘은 교육시장이 엄청나게 커졌더라고요. 학습지라든가 출판사 사교육 시장도 있고요. 그래서 출판사 및 교육시장으로도 많이 진출해요. 일단은 학원으로도 많이 진출하고요.
궁금해요
학과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하다고 보십니까?
박원광
일단 제가 볼 때는 수학으로 해서 뭔가 하겠다는 것보다는 수학을 알면 다른 뭔가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학 자체의 전망이라기 보다는 수학과에서 학문을 익히고 다른 분야에 진출해서 그곳에서 맞는 것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전망은 굉장히 밝죠. 어딜 가든지 잘 적응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부터 그래 왔고요. 예전에 제가 들은 얘기인데 휴렛패커드에서 3명을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수학과, 전산과, 영문과. 처음에 뽑을 때는 전산과 분에게 기대를 많이 했대요.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니까 전산과 분은 처음에는 잘 했지만 성장은 더디었고 영문과와 수학과 출신이 오히려 더 성장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유를 물어 봤더니 수학과는 가르쳐 주면 잘 배우고 알고리즘과 사고를 잘했고, 영문과는 휴렛패커드가 아무래도 외국 기업이잖아요. 영어로 된 매뉴얼이 많이 오면 빠르게 읽어서 지금 이 회사에서 방침이 이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그 두 사람이 오히려 승진을 빨리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볼 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발전방향은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궁금해요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새로 생기게 될 직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혹은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직업들이 있습니까?
박원광
새롭게 생겨난 직업이라기 보다 기존에 있던 직업군에 수학과 출신이 서서히 녹아 들어가는 형태죠. 아무래도 적응을 빨리 하다 보니까. 일단 정보통신분야라든가 금융 쪽, 예전에는 금융 쪽이라면 경상대 출신 분들이 많이 가셨는데 수학과 출신도 많이 가시고요. 정보 통신도 공학 쪽에 계신 분들이 많이 가셨는데 수학 쪽도 많이 가요. 요즘 학회 같은 데에 가보면 공학 학회인데 자세히 보면 수학과, 물리과 분들도 많이 뵐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학문 사이의 경계가 많이 없어졌어요. 제가 생각할 때 앞으로는 스마트폰 발달로 인한 관련 산업 분야인 전기전자통신 그리고 보안 분야가 제일 큰 시장이 될 것 같고 또 하나는 고령화 사회랑 저출산으로 사람의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갖는 시기가 와서 의료 의학 분야에 많은 수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의료영상 기기를 만드는 데에 수학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쪽도 많이 수요가 있을 것 같고 또 유전자 지도가 거의 완성이 됐으니까 유전자 조작을 연구 해야 되는데 그것도 매듭 이론과 같은 내용이 연관되어 있거든요. 그런 쪽도 잘 공부를 해서 진출하면 새로운 분야가 될 것 같아요.
궁금해요
이 학과를 전공하려는 학생이 진학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원광
저 개인적인 의견은 그 동안 못했던 것 중에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어요. 자동차 운전면허를 딴다든가 부모님과 같이 여행을 간다든가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수학책 중에 재미있는 것이 많아요. 그냥 만화처럼 되어 있는 거. 그런 거 아무거나 사서 읽으셔도 되고 그런 것도 싫다 그러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문제는 풀지 말고요. 그래서 집합은 무엇인가 1대 1 함수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부터 해서 많은 수학자들이 언제 태어나서 어떠한 것들을 연구했고 이런 것들을 쭉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래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계산만 잘 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고요. 그리고 학생이 아무래도 수학과를 와서 졸업을 했을 때 뭘 해야 된다는 것을 알아야 되기 때문에 신문이나 이런 것을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씩은 알았으면 좋겠어요.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망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박원광
수학이 기초 학문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기초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실 거에요. 그런데 이 기초를 다지는 것이 되게 힘들어요. 빨리 나는 저걸 하고 싶은데 하기 힘들고. 김연아 선수도 피겨 스케이팅을 하면서 점프 한 번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만 번을 넘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수학도 마찬가지에요. 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만 번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거나 그냥 얼버무려서 대충 넘어가거나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모든 학문이 이러한 어려움을 거치지 않으면 발전이 없어요. 그래서 조금 힘들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렇게 힘들 때 사람이 마음이 피폐해지거든요. 열린 마음으로 언제나 주변에서 즐거움을 찾고 부모님, 형제,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잘 되는 학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꾸준히 열린 마음으로 하는 것이요.
궁금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