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수님께서 이 학과(전공)를 선택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정막례
대학교에 입학하던 시절에 저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참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러시아 문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때가 83년도였는데, 당시에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러시아와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남들이 안 하니까 러시아어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시절에도 대다수가 영어를 전공했었죠. 하지만 제 생각에 영어는 남들이 다하는 것이니 장래성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저는 교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더 유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로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만에 하나 교수가 못 되더라도, 희소성이 있는 언어이니만큼 번역을 해도 일거리는 많을 것 같았고요.
궁금해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학과에 입학을 하면 좋은가요?
정막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 즉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나는 뭐든지 해 낼 수 있어! 내 인생을 한 번 바꿔볼까? 멋있게 한 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궁금해요
이 학과에 입학하면 가장 중요한 공부는 어떤 내용인가요?
정막례
러시아어입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에서는 러시아어를 많이 배울 수가 없거든요. 중국어나 일본어는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접해볼 수가 있지만, 러시아어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으면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학과에 입학한 대다수의 학생들 역시 대학교에 들어와서 러시아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학생들이랍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이 학생들이 최단기간에 러시아어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저희 학과의 모든 교수진이 있는 힘을 다해 정말로 열성적으로 러시아어를 가르치니까요. 러시아어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에서 입학을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는 모든 사생활은 잠시 접어두고 정말로 열심히 공부에만 집중해야 한답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일정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외국어는 대충 배워서는 전혀 쓸모가 없어요. 모든 전공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외국어는 절대로 대충해서는 안 된답니다. 외국어는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할 거라면 아예 시작도 말아야 할 종류의 일이에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노력도 많이 요구되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대충하는 외국어라는 것은 도움이 아니라 민폐만 되는 재능인걸요. 러시아어는 다른 외국어들에 비해 특히나 더 어려운 언어이기 때문에, 정말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하지만 일단 습득만 하고 나면, 러시아어만을 가지고도 어렵지 않게 취업을 할 수가 있어요. 그 예로 현재 우리 학과는 상당히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지요.
궁금해요
이 학과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중고등학교 때 특히 어떤 교과목을 공부하면 좋을까요?
정막례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 못 하는 학생이라도 상관 없어요.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되고, ‘내가 내 인생을 한 번 바꿔봐야지’ 하는 각오만 서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라는 각오와 오픈 마인드만 가지고 있다면, 우리 한국어와는 전혀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는 외국어를 받아들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오픈 마인드가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한국어는 이렇게 생겼는데, 러시아어는 왜 저렇게 생겼지? 왜 그래? ‘ 이러면 러시아어를 할 수가 없어요. ‘아! 러시아어는 저런 시스템이구나!’ 하고는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쫙 빨아 들여야지 완전한 내 것으로 습득할 수가 있겠죠. 쑥스럽게 느껴져도 외국인 교수님들 보며 그대로 흉내도 내어보고 해야 하기 때문에, 내 방식만 고집하거나, 소심하거나 해도 힘들 수 있어요.
궁금해요
그래도 특히 이렇게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될 교과목 같은 것은 없을까요?
정막례
제가 보기에 입학 전에 특별히 중점적으로 공부해두면 좋을 교과목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독서를 좋아하는 건 도움이 되겠지만요. 왜냐하면 한국어로 책을 빨리 읽을 수 있으면, 외국어로 된 책도 빨리 읽을 수 있거든요. 독서는 모든 종류의 언어 교육에 도움이 되죠.
궁금해요
이 학과의 장점을 말씀해 주세요.
정막례
저희 학교의 경우 러시아인 교수진 위주로 가르치고, 내국인 교수진들은 이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교육합니다. 저는 예전에 저희가 한국인 교사 위주로 영어를 배웠던 것이 조금 아쉬웠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될 경우에 아무래도 발음이 뒤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 언어로 말을 할 때 자신감을 잃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외국인 중심으로 가르친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처음부터 발음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거든요. 그건 또 자연히 그 언어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거구요. 그 과정을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서 문법 등의 부분에서 한국인 교수들이 도움을 주게 되는 거지요. 저희 학과에는 현지학기, 여름방학연수 등이 있고 또한 학과 교수님들이 지급하는 장학금 등 많은 장점들이 있답니다.
궁금해요
학과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정막례
어려움은 사생활이 없다는 거죠. “머리 감을 시간이 없네요.”, “화장할 시간이 없네요.” 하는 학생들의 불평이 들려오거든요. 4학년은 졸업학년이니 빼고 생각하면, 현실적으로는 3년 만에 하나의 언어를 마스터해야 하므로 얼마나 시간이 촉박하겠습니까? 게다가 그 언어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러시아어라면 더욱 그렇겠죠. 영어는 보통 10년 동안 공부하잖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중고등학교 때까지 하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영어를 못하잖아요. 왜냐하면 다른 것도 다 하면서 쉬엄쉬엄 했으니까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3년 안에 한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사생활을 다 누려가면서는 절대로 해 낼 수가 없는 일이랍니다. 바로 이것이 저희가 40년 동안 행복하게 살려면 4년은 당연히 고생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학생들을 반기는 이유이지요.
궁금해요
그 외에 공부에 대한 어려움이나 이런 것은 없나요?
정막례
마음가짐과 노력 외에는 없답니다.
궁금해요
학과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직업분야는 어느 곳인가요?
정막례
러시아 현지랍니다. 준비가 된 학생들이기 때문에 러시아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답니다. 저희 졸업생 대부분이 러시아 현지로 취업을 해요. 왜냐하면 러시아 현지는 러시아어 하나만을 가지고도 좋은 조건으로 취직이 가능하거든요. 영어도 필요 없어요. 물론 영어도 잘 한다면 더 좋은 조건을 약속 받겠지만, 3년이라는 시간 안에 영어까지 챙겨주기는 힘들죠. 아직까지 외국어 하나 가지고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러시아어문학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어를 전공한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답니다. 구 소련국가들인 15개 공화국들이 모두 독립을 했는데, 그 나라들이 전부 러시아어를 사용해요.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어가 쓰이는 곳이 엄청나게 많은 거죠. 그 나라들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이 거기에서 현지 법인들을 설립해서 러시아어 가능자들을 직원으로 뽑는답니다. 수요는 많은데, 보낼 졸업생들이 모자랄 정도로 취업이 잘 되고 있어요.
궁금해요
그런데 그 러시아에 진출은 하지만 진출해서 분야가 있을 거 아니에요? 어떤 분야인가요?
정막례
분야는 회사마다 다르죠. 총무팀에도 가고, 판매부에도 가고, 회사에서 정해주는 부서로 들어간답니다. 들어갈 때 조건은 하나죠. 바로 러시아어입니다. 러시아어 특기자로 들어가는 거죠. 지금 삼성전자 현지 법인에도 4명이 근무하고 있어요.
궁금해요
학과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하다고 보십니까?
정막례
저는 아주 밝다고 봅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러시아어문학과를 선택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2013년 상황에서 이렇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 몇 년간은 더 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푸틴이 또 러시아의 대통령이 되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푸틴의 역량으로 러시아는 석유나 가스 개발 등을 통해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러시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러관계가 더 증진되고 발전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더 많은 러시아어 수요가 생기지 않겠어요. 다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러시아어를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잘 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죠. 월급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지 않겠어요. 자신의 일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을 원할 수밖에 없죠. 러시아어는 매우 어려운 언어예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내가 이것을 완벽하게 습득하겠다 라는 각오가 선 사람이 온다면 향후 취업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자신합니다. 그런 학생은 개인적인 취업을 넘어, 앞으로 한러관계에서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는 역군이 되지 않겠습니까.
궁금해요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새로 생기게 될 직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혹은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직업들이 있습니까?
정막례
우리 러시아어문학과 졸업생들이 갖게 되는 직업 역시 다른 학과 학생들이 갖게 되는 직업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러시아 사람들이 워낙 건강과 외모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의료 관광 분야가 많이 활성화되고 있지요.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매우 뛰어나니까요. 서울과 부산에서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고, 대구에서도 그런 붐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제도 이 분야에서 한 명 보내달라고 취업 알선이 들어와 있답니다. 의료 관광이 발전되면서 관광 가이드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되겠지요. 이전까지는 한국인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러시아로 많이 갔는데, 이제는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몰려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그것은 이제 새롭게 생기는 직업이라는 거죠?
정막례
그렇죠
궁금해요
그런데 앞으로 생기게 될 직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막례
새로 생기게 될 직업들이 뭐 특별히 있을까요? 지금 현재 거의 다 있거든요. 외국어라는 특성상 번역사, 통역사 등의 직업들이 있는데, 이들을 필요로 하는 기관이 어디인가에 따라 회사원이 될 수도 있고, 일반 공무원, 경찰 공무원, 국정원 직원, 외교부 직원, 병원 직원, 학교 직원 등으로 나뉘는 거니까요. 공학 쪽이 아니라서 번역과 통역 위주가 아닌 전혀 새로운 직업들은 상상하기가 힘드네요.
궁금해요
이 학과를 전공하려는 학생이 진학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정막례
러시아에 관한 것을 한국어로 좀 읽어오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입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러시아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거든요. 톨스토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러시아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북한과 17킬로미터나 경계를 같이 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남북이 통일 되면 러시아와 기차로 바로 연결이 가능해지지요. 그것도 모르고 있고, 러시아는 그냥 무서운 나라인줄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소비에트 시대와 공산주의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는데, 거기에 대한 상식도 없어요. 그렇기에 러시아어에 대한 지식은 전혀 요구하지 않으나,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한 일반 상식은 한국말로 된 책들을 조금이라도 읽고 오면 본인이 러시아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궁금해요
이 학과를 지망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정막례
희망을 잃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꿈, 그것만 있다면 저희 학과로 오세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로 여러분들과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궁금해요
감사합니다.